특파원 리포트] 아버지가 독재에 기여했다면, 딸은 걸그룹 스타가 될 수 없을까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12/21 11:04

특파원 리포트] 아버지가 독재에 기여했다면, 딸은 걸그룹 스타가 될 수 없을까

내년 1월 5일 데뷔를 앞둔 신예 걸그룹 하이키(H1-KEY)의 마지막 멤버가 공개됐다. 시탈라(SITALA), 유일한 외국인 멤버면서 태국 옐로우셔츠 시위대를 이끈 배우 사라뉴의 딸이다. 기획사는 그녀가 한국대학에 재학중이며, 수준급 보컬과 랩실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한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롤 모델로 아버지를 꼽았다. 이 소식은 빠르게 태국의 SNS를 흔들었다. 분노와 반대를 담은 수많은 글들이 이어졌다. 방콕포스트는 12월 2일 이 논란을 1면에 소개했다.

SNS에는 특히 그의 가족이 태국 민주주의에 얼마나 역행했는지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옐로우셔츠 시위대의 2008년 공항 점거로 사업이나 취업의 기회를 잃었다는 사연도 이어졌다. 그중에는 “당신의 가족이 독재와 왕정을 지지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은 재판에 넘겨지거나 감옥에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가족이 지지했던 그 왕정을 반대했습니다. 그렇게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은 그 땅에 이제 당신은 없습니다. 당신은 서울에 있습니다.”

거세진 민주화 열기는 결국 군주제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은 금기어다. 언제든 처벌된다. 지난해 8월 10일 민주화의 성지 탐마삿 대학. 청년들의 시위를 이끌던 파릿(펭귄)과 파누사야(룽)가 공개적으로 왕정개혁을 위한 10개 요구안을 읽어 내려갔다(기자도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이들은 이후 수없이 체포와 수감을 되풀이 하다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태국 국민들은 군주제를 비판하면 처벌받는 ‘형법 112조’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태국 헌재의 판결이 나왔다

“반정부 인사 3인의 왕정개혁 요구는 입헌군주제를 전복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아버지가 독재에 기여했으면, 딸은 스타가 될 수 없는가? 

아버지가 독재에 얼마나 기여했든, 딸의 직업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방콕 포스트는 ‘당시 시탈라는 어리고 순진했으며,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이였다’고 전했다. 반대로 그녀가 여전히 군주제와 독재를 지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수나 사업가가 아닌 ‘대중의 사랑으로 돈을 버는’ 직업은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화의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되는 나라인 ‘한국’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나이로 민주화시위를 주도하다 수감돼 있는 ‘파누사야 싯티찌라와따나꾼(22)’과 비교하는 글도 많다. 파누사야는 지난해 BBC가 선정한 ‘세상을 움직인 100인의 여성’에 이름을 올렸다.

한달 후쯤 시탈라의 하이키(H1-KEY)가 대중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비단 블랙핑크의 리사(LISA)뿐 아니라 태국 대중문화에서 한류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과 태국의 대중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SNS에서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내보였던 시탈라는 논란이 커지자 말을 아끼고 있다.


KBS 김원장 특파원
(kim9@kbs.co.kr)